l 등반리더 : 이운배, 박성록, 김미숙, 양주종, 신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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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0일.
강릉행 23:30기차를 타기 위해 청량리 역에 도착한다.
늦은 시간이건만 열차를 기다리는 행렬이 꽤나 길게 늘어서 있다. 산님들도 –소백산엘 가시는 것 같다- 보이고 여행을 떠나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도 많다.
벌써 꽤나 소란스럽다. 아마도 기차에서 한 숨 자기는 틀린 것 같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설악산으로 향하고 있어야 했다.
토왕폭 빙폭등반대회를 볼 계획이었으나 지난 대간 길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땜방 산행을 나선 것이다.

단양에 도착하여 내리니 대부분 산님들이다. (02:30)
우선 목적지를 확인한다. 저수재쪽으로 가는 대간 종주대는 단 두 분 뿐이다.
게다가 이분들은 4시쯤에 출발하시겠다고 택시를 수배 중이다.
이른 아침을 위해 단양쪽으로 출발하는 님들에게 발자국 잘 남겨놓으시라고 부탁하고 따뜻한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소백산에 가는 산님과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다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단양시내로 향한다.

식당에서는 단양 토박이며, 대간을 5구간 정도 남겨 놓으셨다는 분께서 반갑다며 계속 소주잔을 권한다.
몇 번을 사양하다가 합석하여 몇 잔을 마시니 취기가 올라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 판단하고는 택시를 부른다. 다시 단양 역에 도착하여 기사 분께 06:20경에 보자고 하고는 역에서 산행을 준비한다.

소백산 가시는 님과 이별을 하고 저수재로 향한다.
어렵풋이 사방이 밝아오고 있다.
올산리를 지나는 순간, 먼저 출발한 종주대 두 분이 저수재를 따라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나도 그분들과 마찬가지로 저수재 내리막 빙판 길 포장도로를 타닥타닥 힘겹게 내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 분은 내가 내린 택시를 타고 단양이나 다른 곳으로 향했겠지요-

관광목장을 지나 3주 만에 저수재 주차장에 내려선다. (06:50)
주차장 넓은 뜰이 눈으로 가득 차 있고, 간간히 눈발이 날린다.
들머리 벤치에서 산행 채비를 점검하고, 스틱을 부여 잡고는 들머리로 향한다.
다행히 바람은 세차지 않고 춥지는 않다.

초입부터 무릎까지 눈이 쌓여 있다. 등로를 따라 오르자니 눈 속에 발이 빠지고, 한쪽 발을 빼내기도 전에 다른 발이 눈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무너져 내리는 눈 속에서는 아무리 스틱으로 찍어봐야 별 소용이 없다.
진행이 불가능하다. 우회하는 곳에 발자국이 있어 그 곳으로 내려서니 조금 수월하다.
다행히 발자국이 이어져 있다.

겨우 능선 쪽으로 붙었지만, 벌써 숨이 차오르고 지쳐 온다.
문복대쪽을 바라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저수재에서 촛대봉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그랬는데, 벌써 30분이 경과했지만 중턱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발자국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주위를 들러봐도 지나 온 발자국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
잠시 망설인다. 다행히 표식기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고 진행하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러쎌이다. 나 혼자 눈 길을 헤쳐나가며 길을 내고 가야 했다.
힘 겹게 오른다. 겁도 나고.
한 참을 오르니, 까만 정상석이 보인다. (07:50)
촛대봉이다. (1,080m)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첫 봉우리를 1시간 만에 올랐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다.
평상시에도 10시간 정도를 예상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라면 무리다.
조망도 없고, 아무런 흔적도 없는 눈 길을 러쎌을 하면서 혼자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눈까지 내리고 있고, 진행하여야 할 길이 지금까지보다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배재나 싸리재에서 탈출할 생각으로 진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투구봉으로 향하는 표식기를 보고 발을 디딘 순간 양쪽 발 모두 눈에 깊이 파 묻힌다. 발을 빼내려고 안간 힘을 써 보지만, 상체만 좌우로 흔들릴 뿐 더 빠져드는 것 같다.
한 참을 버둥거린 후에야, 다리를 빼내고 다른 곳을 디뎌봤지만 마찬가지다.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다.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저수재로 향한다.  “아~이~, 성질 난다. “

이렇게 첫 땜방 산행은 실패로 끝나고, 3번의 히치도 실패하여 저수재에서 대강면 미노리 삼거리까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었더니 다리만 엄청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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